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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잡담

마루마루 폐쇄, 서브컬처 시장에는 빛이 보일까

안녕하세요, 불량소금 편집자 MR.BETA입니다.

원래 서브컬처 잡담 쪽은 불량소금에게 작성하게 할 생각이었으나, 아직은 무리인 듯 하여 제가 작성해봅니다.


마루마루.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름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만화를 빠른 속도로 번역해서 사이트에 게시해 보여주는 사이트이죠.

물론, 불법으로요.


마루마루에 대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마루마루의 박사장(마루마루의 운영자를 다들 그렇게 부르더군요)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할 때부터 그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변호사 자문을 구해서 마루마루 사이트를 만든게 마루마루의 시작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201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니, 폐쇄될 때까지 5년 정도 지속된 사이트인 셈이죠.


그런 마루마루가 얼마전에 닫혔습니다.

경찰이 체포해서 닫힌거라면 좋았겠지만, 박사장이 직접 사이트를 폐쇄시키고 도주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마루마루는 국내 최대 불법 번역만화 사이트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사이트가 사라졌으니 출판업계에 빛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조금 회의적인 의견입니다.


올해 5월 쯤에 밤토끼라는 이름의 불법 웹툰 사이트가 폐쇄된 적이 있었죠.

폐쇄 당시에는 밤토끼가 닫혔으니 웹툰 시장에 빛이 보일거라고 하는 의견이 종종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반 년 정도가 지난 지금 보니 그렇게 희망적이라고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밤토끼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소규모 불법 웹툰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습니다.

밤토끼가 사라진 뒤에 200여 개가 넘는 불법 웹툰 사이트가 생겼다고 하는 소리도 들어봤습니다.

이번 마루마루 건도 크게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마루마루가 없어지기 전에 마루마루보다는 작지만 규모가 나름 있는 불법 번역만화 사이트가 하나둘씩 사라지고는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하나가 없어지면 10개가 생기는 식으로 불법 시장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물론, 마루마루 폐쇄 이후에 다른 불법 사이트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이 간간히 들려오긴 합니다.

불법 사이트들 입장에서는 마루마루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같은 느낌이었을텐데, 그게 무너지니 이제 슬슬 걱정이 된 것이라고 생각도 해봅니다.


예전에 들어본 말 중에서, '뛰는 법 위에 나는 범죄자 있다'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법이 범죄수법을 따라가질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실제로 꽤 많은 분야에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야들 중 하나가 이 저작권 관련 시장이고요.


저작권 인식이 날로 중요해져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저작권에 대해 중요성을 잘 모르고 계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간단하게 마루마루와 같은 불법 번역만화 사이트가 성행하여 생기는 서브컬처계의 피해를 보자면,

많은 사람들이 불법 번역만화 사이트로 만화를 소비하고, 그에 따라 국내 출판사들은 해외 만화의 판권을 사오는 것을 꺼리게 되는 것이 처음이겠죠.

정확히는 이미 국내 판권을 사와서 출간한 책들이 예상보다 수익을 못내서 손해를 보고, 해외 만화의 판권을 사오기 힘들어진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판권을 사려면 판권을 살 돈이 있어야 하고, 판권을 사와서 그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할텐데 그 둘 다 만족하지 못한다면 판권을 사오는 의미가 없겠죠.

결국 국내의 번역만화 출판시장은 쪼그라드는 것이 당연하고, 더 이상 정식 경로로는 우리나라에 번역만화가 들어오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물론, 위의 상황대로라면 일부 분들은 '그럼 그냥 마루마루 같은데서 보면 해결 아니냐' 같은 말씀을 하시는데, 그렇지 않겠죠.

일단 국내 얘기만 꺼낸 것인데, 국제적으로도 저런 불법 번역만화 사이트가 많습니다.

그런 사이트들이 만화 출판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들고, 결국은 번역만화가 아닌 원래의 만화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일본만화를 기준으로, 일본 출판사들이 만화를 출판하려면 만화가와 계약을 해서 만화를 출판해야하는데, 그 부분에서부터 돈이 들겠죠.

만화가는 원고료와 단행본이 출판되었을 때의 인세가 수입입니다.

출판사가 많이 팔아줘야 인세가 많아지는 것이고, 출판사가 자금력이 있어야 원고료도 올라갈텐데 출판업계 자체가 쪼그라든다면 인세는 물론이고 원고료까지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만화가가 만화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줘야 양질의 만화가 탄생하는 것이고, 만화를 그려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그것을 본 사람들이 만화가를 지망하게 되고 점차 만화업계도 만화가간의 경쟁이 커져 꾸준히 양질의 만화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반대 상황이라면 만화를 아무리 잘 그려도 돈을 못번다는 인식이 생기고, 출판사가 돈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만화사업을 축소, 폐지하는 등의 상황으로 가게 된다면 최종적으로는 만화 공급 자체가 끊어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만화가 사라졌는데 어디서 만화를 보겠습니까.

결국 어떠한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이 만화 및 출판산업도 매우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는 시장입니다.

불법 만화를 보는 것으로 당장은 편하고 돈도 절약되어 좋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시장을 죽이는 행위가 되어버립니다.


물론, 국내 번역만화 시장이 커지려고 한다면 여러가지가 필요하겠죠.

가장 중요한 것이 계속 언급한 사람들의 저작권 인식이고,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라 봅니다.

만화 1편에 200원이던 1일 자유이용권이 5000원이던 결국 합리적인 가격과 편리함이 만족되어 사람들이 불법에서 최대한 멀리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쉽게도 아직은 적극적으로 번역만화를 인터넷으로 유료로라도 서비스 할 생각이 있는 업체는 없어보이지만요.


독자부터 산업계, 정부 등 정말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꾸준히 노력해서 해결해나갈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하나가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고 노력을 안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독자된 입장에서 불법 사이트가 하나하나 사라질 수 있도록 관심을 보이지 않고 철저한 무시로 일관되게 대응하는 것이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되면 불법 사이트도 주 수입원인 광고수입이 사라져서 하나둘씩 사라질 것이라 믿으니까요.


오늘은 정말 잡다한 글이었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것이니까요.

감사합니다.